날씨 속 캠핑장에서 피자가 먹고 싶어 주문했다. 대부분의 경우 받아든 피자는 식어있기 마련이다. 갓 구운 따끈한 피자를 아무리 빨리 배송한다 한들 배송 박스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일 뿐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것을 막지 못한다. 하지만 KT의 배송로봇이 가져다 준 피자는 다르다. 마치 매장에서 받을 때처럼 따듯함이 그대로다. 한조각 입에 베어 무니 치즈가 주욱 늘어난다.
KT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3’에 마련한 부스에서는 로봇 플랫폼 ‘로봇 메이커스’와 냉·보온 기능이 탑재된 자율주행 실외 배송로봇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로봇 메이커스’는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주문·결제 애플리케이션, 출입문, 인터폰,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 등 로봇 사용에 필요한 인프라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로봇 통합관제 플랫폼이다.
다양한 로봇을 여러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로, 로봇을 보다 적극적이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연계·연동할 수 있는 표준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와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SDK/API)를 제공한다.
27일(현지시간) KT 부스에서 만난 장창원 KTAI로봇사업단 팀장은 “다양한 배송로봇이 나와있지만 우리 모델은 기존과는 콘셉트가 다르다”며 “콜드체인 모듈이 적용돼 따듯한 음식이나 찬 음식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고객에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선보인 콜드체인 시스템 배송로봇은 세계 최초로 배송로봇에 음식물을 배달하는 동안 온·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KT의 로봇에 탑재된 콜드체인 시스템은 적재함 내 온도 조절만이 아니라 습도까지 제어할 수 있어 음식이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게 기존 배송로봇과의 차이점이다.
KT는 2021년부터 자체 개발한 로봇통합플랫폼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서비스로봇과 AI방역로봇, AI호텔로봇 등을 출시했다.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전컨설팅, 로봇 설치, 원격관제, 현장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 구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는 실내 공간에 한정됐던 서비스를 실외로 확대, 아파트, 리조트, 도심 등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 어디에서나 로봇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포부다.
예를 들어 햄버거와 함께 감자튀김을 주문할 경우 배달에 소요되는 약 20분 동안 바삭함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음식 배송뿐만 아니라 호텔, 병원 등에 설치된 다양한 로봇 서비스에 확대 적용 가능하다.
실외 배송로봇은 지난해 실외자율주행로봇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뉴빌리티 제품을 이용한다. 뉴빌리티는 라이다(Lidar) 센서 대신 카메라를 사용해 가격대를 낮췄다. 현재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와 상용 로봇 서비스 ‘뉴비고’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번 로봇의 최대 적재 무게는 20kg이며 주·야간, 우천이나 철천에도 배송 가능하며 연속으로 최대 8시간까지 운행 가능하다.
장 팀장은 “로봇 디바이스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로봇 서비스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면서 “새로 선보이는 배송로봇은 캠핑장을 주 수요층으로 한 상품으로, 텐트 안에서 원격으로 QR코드로 물품을 주문·결제하면 로봇이 배달해 주는 플랫폼 기반의 통합 서비스다.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캠핑 문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실외 배송로봇을 정식으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법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
장 팀장은 “현재는 로봇이 차마(車馬)로 구분돼 있어 인도 주행이 불가능하다”며 “국회에 지능형 자율주행 로봇이 특정한 조건에서 보행자의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냉온장 기능을 갖춘 콜드체인 모듈 탑재도 관련 법안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
장 팀장는 “제도적 문제로 당장 상용화는 어렵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배송로봇 시대는 머지 않아 열릴 것”이라며 “제도가 마련된 다음 준비하는 게 아닌 먼저 예측하고 준비해서 가능한 시점이 됐을 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현재 글로벌 사업자와 협의 중으로 로봇 선발 주자는 아니지만 전세계적 트렌드에 발맞춰 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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