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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싸고 빠른 배달로 도심 누비는 ‘뉴비’… 눈-비 걱정 없는 ‘동네 심부름꾼’

자율주행 배달로봇 선두주자 ‘뉴빌리티’

인력-비용절감엔 배달로봇이 해법… 카메라 인식 기반 SW최적화 통해

500만원대로 1대 제작해 경제성… NASA 공모 우승 경력 이상민 대표

소비자 부담 덜 실용성 초점 개발… 포브스 ‘젊은 아시아 리더’에 뽑혀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개발한 뉴빌리티를 창업한

이상민 대표이사(앞줄 왼쪽)와 강기혁 부사장(앞줄 오른쪽)이 뉴비를 양옆에 두고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무실은 전자부품과 장비들이 가득해 활기가 넘쳤다. 뉴빌리티는 로봇이 배달하는 세상을 꿈꾼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웬만한 음식을 시키려고 하면 3000원 안팎의 배달료를 지불해야 한다. 음식점 주인 또한 비슷한 액수의 배달비를 배달용역회사에 낸다. 총 6000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우리 집으로 바로 오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을 주문할 때 소비자가 내는 명시적인 배달료가 없더라도 경제적 총비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거나 대량 판매로 이득을 보는 음식점주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배달 기사가 늘어났음에도 인력이 모자라 제때 배달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물가가 오르면서 배달료에 대한 상대적 부담은 더 커졌다. 배달 총비용을 아주 저렴하게 낮추고, 배달 인력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생길까. 이런 발칙한 상상으로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으로 배달 플랫폼 서비스를 하겠다는 스타트업이 ‘뉴빌리티’(대표이사 이상민)다.


○거리 누비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를 현재 38대나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을 편의점과 골프장 등에 배치해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뉴비는 올해 2월 말까지 3개월간 세븐일레븐 서울 서초아이파크점에서 인근 아파트와 상가로 물품을 배달했다. 올해 10∼12월에는 강남 서초 송파 지역 중 3개 점포를 선정해 시험 배송에 나선다. 로봇이 현관 앞에 도착하면 QR코드 인증 등을 마친 뒤 물건을 꺼내면 된다. 작년 가을 인천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등에서 치킨을 배달하는 시범 사업을 순조롭게 마쳤다. 아난티중앙골프클럽에서는 이미 상업용으로 쓰이고 있다. 식음서비스 운영 기업인 삼성웰스토리가 3월 말 뉴비를 도입해 필드의 골퍼들이 주문한 음료와 스낵, 도시락 등을 배달하고 있다.



정면에서 봤을 때 뉴비의 크기는 폭 56cm, 길이 67cm, 높이 69cm 정도다. 무게는 45kg. 적재 중량은 25∼40kg 정도다. 적재함은 가로 38cm, 세로 36cm, 깊이 36cm 정도다. 전후좌우 면에는 10개나 되는 카메라가 있다. 레이저를 활용한 비싼 라이다(Lidar) 장비 대신 카메라로 주변을 인식한 뒤 사람을 포함한 각종 장애물을 회피해 도심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뉴빌리티 기술의 핵심이다. 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 이상민 대표(25)는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로 중앙처리장치도 1개면 충분해 경쟁사보다 경제성을 갖췄다”며 “라이다를 활용한 외국 기업 제품은 2000만 원대 이상이지만 500만 원대로 뉴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카메라 인식 기반으로 도심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으로는 뉴비가 단연 탁월하다”며 “올해 안에 서울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본사 겸 연구실과 외주 제작업체에서 뉴비를 만들고 있다.


○대학때 창업, 4년여 만에 268억 투자받아

이 대표는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16학번이다. 2학년인 2017년 11월에 우주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동아리처럼 회사를 만들었다. 인하사대부고 시절에는 팀을 이뤄 우주선의 변기에서 오물이 안정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나선형 구조와 원심력을 이용한 변기를 고안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후원한 공모전 ‘콘래드 챌린지’에서 우승했다. 대학에 와서는 우주로 갈 수 있는 발사체 개발에 관심을 가졌다. 시험용 발사체 제작 비용이 수백만 원 규모였지만 대학생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그러다가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스타트업 지원 및 청년 지원을 위해 만든 윤민창의투자재단에서 발표를 할 기회를 얻었다. 이 대표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손 회장이 5000만 원을 선뜻 내주시며 ‘어찌 됐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2년간 무슨 사업을 해야 하는지를 동료 3명과 고심하면서 소프트웨어 용역 사업을 닥치는 대로 하며 버텼다. 2019년 말경 투자금은 바닥이 났다.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투자받은 돈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만든다는 유명 기업의 기술력도 자기들과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돼 자율주행 배달로봇 제작을 본격화했다. 공동 창업자인 강기혁 부사장(25)은 “국내외 기업과 접촉해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점검했는데, 외국 기기를 들여와 기술을 잘 모르는 회사이거나 뛰어난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어서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사업의 초기 투자처 중 한 곳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이상민 대표를 비롯한 뉴빌리티 엔지니어에게서는 만들고자 하는 것을 집요하게 만들어내는 광기가 보였다”고 투자 당시를 회상했다. 뉴빌리티는 3명으로 시작해 5년이 안 돼 석·박사 20명을 포함해 직원 60명인 회사로 컸다. 포브스는 지난해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개발한 이 대표를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로 선정했다. ○배달로봇이 끝이 아니다 뉴빌리티는 뉴비를 활용하면 현재 총배달비용을 2000원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부담분이 1000원 이하라면 사업주의 마케팅 방식에 따라 배달료를 내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또 뉴비의 위치는 앱으로 실시간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주문한 음식이 언제 오는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소비자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 뉴빌리티는 소상공인에게 월 1만 원 이하의 구독료를 받고 로봇을 빌려주는 사업 방안을 구상 중이다. 올해 500대, 내년에는 1000대까지 로봇을 늘릴 계획이다.


총배달비용이 누구든 감당할 만한 수준이 되고, 배달로봇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 거래 문화 자체가 바뀔 수 있다. 뉴빌리티가 올해 안에 출시할 배달플랫폼 ‘뉴비고’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배달로봇을 호출해 자신이 배달하고 싶은 물건을 담아 가까운 이웃에게 보낼 수도 있다. 뉴빌리티는 올해 안에 ‘뉴비고’ 앱의 시험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고, 내년에는 플랫폼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플랫폼을 기존 배달앱과도 연동해 소비자가 로봇이 배달하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독자 운행 가능토록 규제 풀릴 것으로 기대” 젊은 창업가들이 배달 총비용을 낮추는 문제를 자율주행 로봇 개발로 해결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규제라는 마지막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뉴비는 사람과 함께 인도를 다녀야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명확한 보행자가 아니고, 차량에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다행히 2023년까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지정을 받아 실증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우선 자율주행 배달로봇인데 반드시 사람이 따라다녀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또 실증지를 정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등 5∼6곳 기관의 담당자들과 시간을 맞춰 만나야 하고, 로봇이 다니게 될 길을 일일이 점검하기 때문이다. 관계 부처 담당자로부터 매번 반복적으로 로봇이 주행할 때 보행자나 장애물을 인식하고 안전하게 주행하는지 갖가지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받은 후에야 서비스 실증이 가능하다.


올해 4월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의 범위가 좀 더 유연해져 배달로봇을 보행자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 가능해진 것을 뉴빌리티는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규제 해소 차원에서 배달로봇의 보도 통행 허용에 관해 논의도 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에는 규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빌리티의 젊은 창업자들의 머릿속에는 멋진 그림이 하나 있는 듯했다. 뉴비가 아파트 단지와 편의점, 주유소 등 도심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호출이 오면 달려가는 그림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사람이 하던 배달을 로봇이 대체한 세상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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