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 5명이 5000만원으로 시작… 7년차 자율 주행 로봇 스타트업
누적 투자금 300억 달해… 삼성벤처투자 등이 관심
“자율주행 기술·가격 경쟁력 확보”
韓 기업 중 유일하게 네옴시티에서 자율주행 로봇 테스트

최근 서울 북한산 글램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캠핑장에서는 네모난 몸집에 동그란 눈이 달린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캠퍼들의 심부름꾼을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 20~30건의 캠핑장 물건을 바삐 나르는 뉴비는 7년차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작품이다. 뉴빌리티는 2021년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를 거친 후 현재까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2017년 20대 초반 대학 친구 5명이 자본금 5000만원을 들고 시작한 뉴빌리티는 지난해 4월 삼성웰스토리 등으로부터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시제품 개발부터 본격 시장 진출 전까지 진행되는 투자)를 받았다. 지난 3월엔 삼성전자가 출자한 삼성벤처투자에서 30억원을 유치해 누적 투자금이 3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수는 75명으로 불어났다.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뉴빌리티 사무실에 들어서니 젊은 개발자들이 PC 모니터 앞에 앉아 난상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자율주행팀, 로봇개발팀, 플랫폼팀 등으로 나뉜 660㎡(약 2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민(26) 뉴빌리티 대표는 “국내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서는 뉴빌리티의 경쟁자가 없다고 본다”며 “세계 1위인 미국 스타십을 뛰어넘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뉴빌리티 자율주행 로봇의 강점 포인트는 운용 경험과 가격 경쟁력이다. 국내 자율주행 로봇 업체 중 가장 많은 주행 데이터를 쌓은 덕분에 원격 소프트웨어가 매일 개선되고 있다. 이 대표는 “결국 주행 경험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는 시장에 비교적 빠르게 진입해 숱한 주행 테스트를 거쳐 데이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또 뉴빌리티는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값비싼 라이다 센서 대신 카메라를 사용해 경쟁사보다 2~4배 저렴한 로봇을 만들고 있다. 그는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구축하는 데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진입 장벽이 있다”며 “카메라 기반 측위 성능과 센서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라이다와 견줘 로봇 주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은 이 대표의 모교인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빛을 봤다. 연세대 우주비행제어공학 학·석사 통합과정을 밟은 이 대표는 창업 초기 2~3년간 동료들과 연구개발(R&D)에 몰두했다. 그러다 만든 자율주행 로봇을 들고 학교 앞 치킨 가게와 계약을 맺었다. 학교 기숙사 학생들의 주문을 로봇이 배달하도록 한 것이다. 오토바이 배달비가 4000원일 때 로봇 배달비로 1000원을 받으면서 시작한 지 두달 만에 치킨집 전체 배달 건수의 80%를 로봇이 담당했다. 1년간 배달 테스트를 경험한 이 대표는 “시장 반응에 고무돼 자율주행 로봇을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뉴비가 탄생했다.
뉴비는 국내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KT에 공급한 뉴비는 캠핑장을 돌고 있고, 경기도 여주 세라지오 골프클럽을 비롯해 국내 골프장 5곳에서도 뉴비가 배달을 도맡고 있다. 지난 3월엔 SK텔레콤·SK쉴더스와 함께 덕성여대에 순찰 로봇을 도입했다. 순찰 뉴비는 올해 여러 대학 캠퍼스에 확산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편의점과 음식점 주문 배달에도 나선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는 뉴빌리티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KT로부터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고, SK텔레콤과의 순찰 서비스를 통해서는 플랫폼 개발 기술을 연마했다”고 했다. 순찰 로봇 특성상 관제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요구에 대응하다 보니 회사의 플랫폼 개발 기술 수준이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삼성과의 협업에서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들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뉴빌리티의 다음 목적지는 해외 시장이다. 신산업 도입에 적극적인 중동과 인건비가 비싼 미국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현지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뉴빌리티는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의 미래형 친환경 복합 산업 단지 옥사곤과 영국 슈퍼카 제조사 맥라렌이 주관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네옴시티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 전 운영 최적화를 위한 파이프라인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발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장벽을 뚫고자 칼을 갈고 있는 뉴빌리티의 내년 예상 매출액은 200억원. 올해 뉴비 300~400대를 판매하고, 내년엔 1000대 이상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뉴비의 뒤를 이어 기술력을 높인 ‘뉴비2′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세계 2~3위 수준에 올랐다고 보고 있지만, 세계 1위 스타십의 시장 파이가 커 해외 시장을 뚫는 게 뉴빌리티의 미션”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로봇 가격을 낮추기 위한 도전도 계속된다. 그는 “로봇 산업의 빠른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고가(高價)’ 허들을 뉴빌리티가 넘을 것”이라며 “업체 간 연합을 형성해 중국산보다 더 저렴한 로봇을 만들어 스타십을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내놨다.